향년 48세.
그는 바람 핀? 것으로 사료되는 와이프와 아들 둘까지 두었지만 행복한 가정생활은 아니었다
그가 살고 있는 북창동 고-급 집은 돈은 많았지만 그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가 좋아했던 것은 모델건을 개조하고, 과녁을 맞히고, 선배는 절대 안부르고 후배들만 불러서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 잔하며 하루를 때우는 것.
그거말고 낙이 있었을까?
그래서 죽은게 아닌가 싶다.
마땅히 제대로 하는 일도 없었고
아버지의 빌딩 건물 관리인...한 마디로 부자가 대물림하는거 받아서 그냥 살고 있었던 것.
자기 능력으로 이룬 것? 하나 없는 그런 삶이었다
그의 통찰력은 나름 뛰어나서 20~30대 회사다니기 전의 나에겐 귀감이 되었지만 회사 들어간지 1년만에
그는 쓸모없는 과거의 퇴물이 되었다.
늘 똑같은 소리,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이 늘어가는 그를 보며
만날 이유를 잃어갔다
결정적으로 그를 멀리하게 된건,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후배들까지 마구잡이로 부르며 외로움을 충족시키고 있는 모습.
그게 정말 꼴보기 싫었다. 사람이 한 길을 가면 쭉 걸어야지
제다이랑도 얘기했다가 시스랑도 얘기했다가 자기는 어디에도 속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극단적 회피다운 애매-어중간한 삶이 아닌가.
그는 매달 여친마냥 바빠? 놀자~하고 늘 같은 레파토리로 연락을 해왔고
첨엔 형님이니까 공손하게 대했지만
나중에는 3~4개월에 한 번씩 답을 하다 그냥 읽씹을 했다.
차단을 할까 싶었는데 그건 예의가 아닌거 같아 조용한 방으로 모셔두었지.
그리고 오늘, 연락이 왔다
급성 위출혈로 가셨다고.
마누라가 음독타살을 꾀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스쳐지나갔다.
마누라는 끔찍히도 이 양반을 싫어했고, 이 양반은 늘 술 한잔 하자~하면서 와이프에게 다가가보려고 했지만
열쇠 구멍에 안맞는 열쇠로 계속 열려고 시도해봐야 결과는 '열리지 않음'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방법을 가르쳐줘도, 이유를 물어봐도 그는 말을 돌려댈 뿐이었다.
우리 누나가 이혼하고 아빠도 이혼했는데 나까지 그러겠냐 하아...할뿐
발전과 수용없는 인간은 내가 상대해야할 대상이 아니기에
난 그를 피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의 장례식에 대해 조금 고민하다가
내 결혼식에 자신을 가장 먼저 내친 후배가 올까봐 겁이나서
축의금 10만원 딸랑과 감기걸렸다는 핑계로 안온 그에게
같은 대접을 해주기로 했다.
참 덧 없는 인생이오 덩치 크고 항상 땀흘리던 철없는 양반아,
과거를 봐서 나중에 그대가 즐겨먹던 술집에서 순대국밥 한 그릇 말아먹는걸로 조문하리다.